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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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의미 2020. 1.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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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같은 이틀의 기록.

 

 6일 오전 10시 방을 체크아웃하고 저녁 7시 등산화를 다른 한국 분에게 팔기 전까지 호스텔 한켠에서 무한 대기.

다시 호스텔에 돌아와 픽업버스를 타는 9시 반까지 또 대기. 10시 45분 공항 도착, 새벽 2시 25분 체크인카운터 오픈 전까지 또 무한 대기. 이후 3시 50분 비행기 탑승 전까지도 무한 대기의 시간. 하루의 대부분을 기다림으로 보냈다. 그래도 폰과 함께라 지루하지 않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교육/육아 관련 영상들도 보고 극한직업 다큐 발레리나 편을 보다보니 시간이 훅훅 지나갔다. 다만 여러가지를 불안해하느라 힘들었어서 문제지, 언제나 그랬듯. 등산화 거래가 잘 될까, 내가 예약한 공항 버스는 제대로 오는 게 맞는걸까, 호스텔에서 알려준 픽업 장소가 정확한걸까, 내가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누가 내 짐을 건들진 않을까, 내 비행기는 잘 뜨는 걸까, 오늘은 지연이나 취소는 없는 걸까, 맡겨둔 짐을 찾으러 Trine네 집에 가야하는 데 시간은 잘 맞을까 등등. 아이고. 걱정을 사서 한다.

 

 걱정했던 것이 역시나 무색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풀렸고, 공항에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사 먹은 포카치아도 맛있었다. 보딩까지 무사히 진행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모든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앉은 줄에 아무도 없어서 속으로 럭키!를 외쳤다. 하지만 잠시 후 비행기 안을 가득 채운 아가 세 명의 울음소리...그리고 같은 줄 반대편 좌석의 여성분의 속 게워내는 소리... 오마이갓..너무 피곤해 예민함이 올라와 한숨이 절로 났다. 한숨소리가 너무 컸나, 내 옆자리가 비어서 그런가 우는 아이를 달래던 여성분들 중 한 분이 나쪽을 쳐다봤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나 미안함이 올라왔다. (그래도 공항 오는 내내 공항버스에서도 끊임없이 말하는 중국 여성분께 시달렸어요...흑...) 

 그래도 곧 아가들도 진정하고 잘 잘 수 있으려나 하니, 터뷸런스가..^-T 주륵.. 비행기 이륙 전까지도 눈보라가 치기에 안그래도 걱정했는데. 정말 어메이징 아이슬란드. 사실 구름 위로 올라가니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잠시 가졌었는데.. 현실은 눈보라. ㅋㅋ 안전벨트 풀고 누워서 가려고 했지만 무서워서 벨트 못 풀고 쭉 왔다. 하핫. 그래도 중간에 어마무시하게 예쁜 해돋이를 구름 속에서 보고 찍었다.

 

어머 이건 찍어야해..

 

 교통비가 어마무시한 덴마크에서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공항에서 한시간 대기했다가 공항-숙소체크인-Trine 집-숙소를 한시간 반 안에 끝냈다. 얼리체크인이 될거라고 기대했는데 결국 두시까지 쌩으로 기다렸다. 분명 3, 4층에 청소 일찍 끝난 4인실 있었을건데..진짜 직원에 따라 너무 복불복이다.. ㅜㅜ

 

 배정받은 방은 또 왜 이리 구석쟁이에 있는지. 너무 피곤해서 제정신이 아니고, 먹은 것도 없어서 너무 멍했다. 일단 더 피곤하고 힘이 없는 채로 저녁까지 있게 되면 진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우선 Aldi로 먹을 것을 사러 갔다 왔다. 엄청청 먹고 싶어했던 연어도 Trine네 집 갔을 때 근처에서 사온 상태였어서 바로 먹고 싶었지만 씻고 먹자고 나를 다독였다. 세상에. 그런데 샤워실이 함정이었다...하하.... 하수구가 물이 거의 내려가지 앉았다. 물을 1분 쓰면 그 물 내려가는 걸 5분 기다려야했다. 무시하고 쓰면 거의 방까지 물이 넘쳐흐를 지경...하.... 1분 헹구고 5분 기다리고 1분 헹구고 5분 기다리고...하수구는 왜 못으로 고정해두었는지...열지도 못하게...ㅜㅜ 한숨과 함께한 길고긴 샤워를 마치고 리셉션에 가서 상황을 알렸다. 오늘은 이미 관련 메인 직원들이 퇴근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게 없고 아침에 처리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원하면 방을 바꿔주겠다고 했는데, 이미 짐을 다 풀어서 정리해둔 상황이라 안 옮기고 싶어서 일단은 생각해보기로 했다.

 

 방으로 돌아와 샐러드랑 연어를 전투적으로 먹으며 고민을 했다. 여기에서 그래도 3박을 하는데 중간에 옮기는 것보다 그냥 오늘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의 결론을 내렸다. 지금 있는 방의 수압이 약하기도 했고, 메인 엘리베이터에서도 너무 멀었다. 방에서 만난 아랍계 친구(이름도 나라이름도 그새 까먹었다..헿..쏘리)와 다른 여성분에게도 상황을 알려주고 옮기고 싶으면 리셉션에 말하면 된다고 했다. 식사를 끝내고 리셉션으로 가서 방 바꿔달라 하고 키를 받아 3층으로 이사했다. 3층 방은 바닥은 안 막혀있었지만 샤워헤드와 호스 사이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도 사용엔 문제가 없었고 물이 잘 빠졌음으로 불만이 없었다. 2번 자리 사물함도 안쪽이 부서진 곳이 있어서 5층 방 키 가져다주면서 리셉션에 알려주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내 잘못으로 추궁당할까봐...ㅋㅋ...)

 

 방에 와서 도깨비, 멜로가 체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드라마 몰아보기, 핫클립을 유튜브로 보면서 뒹굴거렸다. 거의 40시간을 제대로 못자고 깨어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왔다. 3시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어제. 아주 길고 긴 하루 같은 이틀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길게 이 내용을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버렸다. 헿

쓰고 싶었던 글은 따로 써야지.

 

+오늘 방으로 직원이 와서 샤워기헤드도 교체해주고 사물함도 고쳐주고 갔다. 역시 뭐든 말을 해야.....ㅋㅋ.....

 

 

덴마크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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