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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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의미 2020. 5. 2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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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날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나는 날.

 

날이 맑아 잠시 걸으며 만난

꽃 향기, 바람 소리, 새 소리, 저 멀리까지 보이는 맑은 하늘.

 

길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한참을 들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져가는 유채꽃, 저 멀리 언덕 위 새하얀 교회, 온통 흔들리는 초록색의 물결.

탁 트인 풍경을 보며 숨을 쉰다.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헝크러진 마음을 정리한다.

 

 

아직까지 비가 내리면 최고기온 11도가 되는 이 곳은 너무 춥다.

그래도 해가 나면 제법 봄 답다. 봄이 긴 곳. 이렇게 생각하면 또 좋다.

지난 번 산책을 하면서 꽃 내음 봄 내음을 담아 공유하는 기능은 왜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기능이 생기면 방구냄새 똥냄새로 장난 칠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도 바로 들었다.

장난만 있겠나.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런 친구들은 이 기능으로 또 고통이 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굴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왜 생기는 걸까.

 

 

흘러가는 일상에 내가 있을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은 참 쉽지 않다.

한껏 반갑게 서로를 맞아주지만 사실 나는 이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어떤 관계를 갖지 못했다.

틀어져버린 일상으로 인해 학교의 스케쥴도 모두 변경, 내가 있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 방안에만 있기에도 맘이 편치 않다. 덴마크어로만 알림되었던 일정을 다시 폴에게 묻기가 어렵다. 새로운 스케쥴이 나오면 그냥 나도 메일로 알려주면 좋을텐데. 지난 목요일에 물어봤던 일정에서 세부 일정이 나왔는데 공유해주지 않는 일정을 굳이 또 한번 물어보기엔 나는 너무 눈치를 보는 성격이고 너무 소심하다. 사실 물어봐도 신경도 안 쓰겠지만, 그냥 그만큼의 힘이 없구나, 애쓰고 싶지 않구나 나. 이래도 저래도 마음이 안편하네 후후.

 

 

엄마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차분히 정리해보려고 노력중이다. 30년치의 응어리를 감정의 폭발없이 잘 정리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물꼬를 터놨으니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를 좋아한다는 누군가들의 말을 의심없이 믿고 싶다. 참 쉽지 않다. 그래도 말을 꺼낼 만큼은 대면할 만큼은 이 부분에 힘이 생긴건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힘이 없어서 포기하듯 하는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갈 데까지 가보자. 그 끝에 포기든 납득이든 해피엔딩이든 뭐든 있겠지.

 

 

 

그래도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 또바기랑 한시간 정도 보톡 하면서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 참 고마운 녀석. 한국 가서 데리고 같이 살고 싶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어디에서 흘러갈 지 알수가 없으니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한 학기만이라도 같이 살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게 고맙다. 고마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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