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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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의미 2020. 4. 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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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많은 시간을 혼자 집안에서 보내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나는 혼자 지내는 것을 정말 잘 하는,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 코로나 자가고립이 전혀 답답하거나 외롭거나 힘들지 않으니.

 

물론 백퍼센트 고립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믿음에서, 든든함에서 오는 편안함이겠지만.

 

좋아하는 소설도 잔뜩 읽고 좋아하는 음식도 해먹고 좋아하는 게으름도 실컷 떨고 덴마크어도 공부하고 있고 음악도 많이 듣고 과거도 많이 돌아보고 미래도 계획해보게 된다. 암튼 잘 보내고 있다.

 

지금 여긴 새벽 1시가 되었다. 밀린 글도 쓰고 미래도 계획해보고 하다 얼마 전 여동생과 영상통화를 한 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누가 읽을진 모르겠지만 아주 깊고 우울하고 다크하고 부정적인 내용이니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공책에 적었던 것을 그냥 옮겨 적어놓을건데, 그냥 결론은 내 우울한 부분을 확인했다는 것, 그 근원에 부모님에 대한 나의 원망이 있는데 이 원인의 해결없이 과연 나의 어두운 부분은 개선 가능한가 하는 것인가. 심리상담을 받는다 해도 아마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기에. (그냥 막 하는 말이 아니라, 심리상담에 대한 공부를 했었던 사람으로써..)

 

 

가끔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부모님인데'를 들먹이면서 어줍짢게 조언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다시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나를 알아? 나의 상황을 알아? 마음에서 가시가 올라온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눈이 짱 부을 것 같다. 이미 부은 것 같다....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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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처받았다는 말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 걸까? 나의 표현에 되레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적어도 내가 '나 상처받았어' 라고 구체적인 이유와 함께 말을 할 때에는, 거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고, 나는 이 부분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해결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그치만 돌아오는 반응은 1. 그게 왜 상처냐는 듯한 반응 2. 자신이 가해자가(라기보단 상처를 준 행위자) 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반응 3. 어떤 생각인지 모르는 반응-침묵

 

엄마아빠는 무슨 생각일까. 어쩌고 싶은 걸까.

엄마는 내가 예민하기 때문에 가족이 나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해야만 한다고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다고. 그래,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도 후회하는 나의 언행이 있으니까. 그치만 적어도 후회하고 이후에 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한다. (주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 불평하는 부분들.)

 

그럼 반대로 가족들은 나에 대해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가? 나를 알아가려고 하고 내가 왜 어떤 부분에 대해 예민한건건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누군가 가족들이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온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하겠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나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숨막힌다. 그놈의 외모. 남들에게 보여지는 게 그렇게나 중요한가? 나에게 중요한 건 무시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가깝다는 이유로 나에게 여과없이 배려없이 말하면서. 그것들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사실은 왜 받아들이지 않지? 이미 몇 년 전부터 계속 얘기했는데. 내가 참다 참다 한 번씩 터트릴때만 이해한 것 처럼 어물쩡 넘어가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겠지. 자신들이 내가 '생각했으면 하는 것'만 전달하는 데 급급하지.

 

난 엄마아빠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나를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나는 언제든 잘려나갈 수 있겠구나.

 

참 부던히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주려고 사랑해주려고 하지 않는 부모님을 보며 내가 항상 불안하고 무서워하고 있구나, 여전히.

 

잘 알아보지도 않고 나를 손가락질 하고 욕했던 그 많은 사람들처럼. 가족도 결국 별거 아니구나. 그걸 깨달은 후 발 밑이 무너져내렸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까? 내가 원한건 눈치가 아니라 배려와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인데.

 

뭐가 핵심인지도 모르는 미안하다는 말은 와 닿지 않는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사과처럼 느껴질 뿐. 진짜 이유들을 얘기했을 때도, 내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얘기해도 그걸 정말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가족이고 싶을까? 글쎄. 난 이미 몇 년 동안 이걸 반복하고 또 상처받고 지쳤고 기대가 없다.

 

 

 

 

 

 

 

결국 이말들은 다 나좀 알아달라는 발악인데. 그걸 알아들어줄까? 이게 가장 내 마음 밑바닥의 한마디인데 이것마저 거부당하면 진짜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말하겠다. 아 나도 생각 없으면 좋겠다. 이미 이게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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